오는 12월 원로 목사로 추대되는 옥한흠 목사는 19일 사랑의교회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한국교회의 현실을 직시하고 교회가 연합해 자정 능력을 갖춤으로써 한국교회의 대사회적 이미지를 혁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평신도를 깨운다’는 캐치프레이즈 아래 제자훈련에 일생을 헌신한 옥 목사는 이제 교회만이 보여줄 수 있는 섬김의 자세를 사회에 보여주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와 교회갱신을 위한 목회자협의회 대표회장을 맡고 있는 옥 목사로부터 한국교회를 위한 충언과 퇴임 후 계획을 들었다. 다음은 옥 목사와 임한창 종교부장과의 대담 내용.

-정년보다 5년 일찍 은퇴를 선언했다. 향후 거취는.

△제자훈련 사역을 추진하는 개교회들을 섬기며 한편으로 한국교회 갱신에 대한 문제를 깊이 연구해 교회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일에 몰두하고 싶다. 4년전부터 이 문제를 놓고 진지하게 생각해 왔다. 개인적으로 사랑의 교회 리더십은 젊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성도들의 평균 연령이 40대 초반인 점을 감안,젊은 리더십이 어울린다.

내가 일찍 은퇴하는 것이 무슨 대단한 일인 것처럼 회자되는 것은 곤혹스럽다. 교회마다 상황이 다를 뿐이다. 다만 우리 교회는 새로운 리더십이 필요한 시점이었으며 마침 적임자인 오정현 목사를 초빙하게 된 것이다. 나의 ‘조기 은퇴’가 대단한 일로 비춰져선 곤란하다. 새로운 일을 준비하기 위해 역할을 좀 수정한 것뿐이다.

-한목협 등은 한국교회를 향해 ‘광야의 소리’를 발하며 나름대로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 은퇴 후 이들 기관에 대한 리더십에는 문제가 없는가.

△리더십에는 문제가 없다고 본다. 담임 목사직은 물러나지만 사랑의교회는 계속 나를 필요로 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미 수년 전부터 한국교회 목회자와 평신도들의 의식은 젊어지고 있다. 사실 기성교회와 교단들이 잘하면 한목협 등이 해야 할 일은 많이 줄어들 것이다.향후 몇년 동안은 두 기관을 맡아 봉사할 것이다.그리고 리더십은 억지로 형성되는 것이 아니다.

-요즘 40일 특별 새벽기도회에 6000여명이 출석한다. 사랑의교회에서 새벽기도의 불이 붙은 것 은 좀 의아스럽다. 어떻게 이런 변화들이 일어나게 됐는가.

△지금 새벽기도 3주째를 맞고 있다. 성도들이 ‘물 만난 고기’처럼 싱싱하다. 새벽 3시50분이 면 본당이 다 찬다. 새로 부임한 오정현 목사의 영향력이 지대하다. 좀더 구체적으로 얘기하면 20여년간 계속해온 제자훈련과 오 목사의 찬양과 집회의 은사,그리고 성도들의 기도가 섞여 무서운 폭발력을 발휘한 것이다. ‘사랑의교회는 새벽기도가 약하다’는 억울한 오해를 불식 시킬 수 있어 기쁘다. 지금 사랑의교회는 체질변화가 진행중이다.

이제 주일설교도 오 목사가 전담할 것이다.성도들이 균형잡힌 메시지를 접할 수 있도록 할 것이 다.그런 점에서 사랑의교회 성도들은 참 행복한 사람들이다.오 목사와 나는 신앙과 목회의 주파수가 같다.그러므로 교인들이 전혀 혼란을 느끼지 못할 것이다.

-옥 목사는 교계에서 ‘제자훈련’의 상징이다. 반면 오 목사는 ‘이민목회’의 상징이다. 옥 목사가 아주 정적인 제자훈련의 선구자라면 오 목사는 역동적인 무브먼트의 달란트를 가진 종이다. 상호 갈등의 여지는 없는가.

△오 목사의 부임으로 교회 전체가 꿈을 꾸게 됐다. 그만큼 젊어지게 된 것을 하나님께 감사드린다. 오 목사는 사실 감성이 풍부한 사람이다. 하나님이 주신 생명의 능력을 성도들에게 강조하고 있다. 이는 내가 지난 25년간 추구했던 ‘이성’을 강조한 목회와는 좀 대비되는 것이다. 그러나 ‘조화’라는 측면에서 보면 ‘범에게 날개를 달아주는 격’이다. 이미 제자훈련을 통해 체계화된 신앙을 가진 성도들의 가슴을 뜨겁게 달궈주는 역할을 오 목사가 감당하게 된 것이다.

내가 부족한 부분을 젊은 목사가 대신 감당해주니 고마울 뿐이다. 서로 다르다는 것이 얼마나 고마운지 모르겠다. 그러나 엄밀히 들여다보면 오 목사와 나의 목회관,신앙관은 매우 흡사하다. 다만 방법에 있어서 차이가 있을 뿐이다.

-은퇴를 앞두고 한국교회에 하고 싶은 말은.

△나 자신부터 반성하고 책임질 것이 많다. 한국교회가 세속적인 가치관을 너무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 교회는 세상과 달라야 한다. 교회는 세상보다 훨씬 예민한 양심을 가져야 한다. 하나님께서 한국교회를 위해 꼭꼭 숨겨놓은 지도자들이 있다고 본다. 그들이 언젠가는 하나님이 뜻하시는 비상계획을 실현시킬 도구로 사용될 것이다.하나님은 숨겨진 지도자를 어느 시점에 사용 할 것이다.

-옥 목사에 대한 사랑의교회 성도들의 사랑은 절대적이다. 양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은.

△새로운 교회로의 체질 변화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나는 참 행복한 종이다. 그리고 사랑의교회 성도들도 참 행복한 사람들이다. 이제 성도들은 새로운 지도자와 함께 새로운 하나님 나라를 건설할 책임을 부여받았다. 이 책임을 완수한다면 하늘의 보화가 사랑의교회 성도들에게 크게 임하실 것이라고 믿는다.

옥 목사는 ‘조기 은퇴’가 무슨 미담처럼 논의되는 것을 크게 경계했다. 자신의 결정이 다른 목회자들을 곤혹스럽게 만들지 않았으면 한다고 조심스러워했다. 그는 사랑의교회 형편에 따라,그리고 자신의 또 다른 계획에 따라 조기 은퇴를 선언한 것임을 거듭 강조했다. 선한 얼굴,잔잔한 미소,사려깊은 어투,묵상으로 단련된 그윽한 눈빛…. 옥한흠 목사는 표정과 몸짓만으로도 자신이 ‘성직자’임을 알려주기에 충분했다. 20여년전 한국의 평신도를 일깨웠던 40대의 종은 이제 예순고개를 넘어서고 있다. 그러나 그의 가슴에 품은 20여년전의 열정을 다시 한번 불사르기 위해 조기 은퇴를 선언했다. 옥 목사의 결단은 결코 옳으냐,그르냐의 문제가 아니다. 옥 목사는 피상적인 것만 보고 조기 은퇴를 논하는 것 자체를 못마땅하게 여겼다.

“내가 20여년간 벌여놓은 제자훈련을 완성하려 합니다. 이제부터 새로운 목회가 시작된 것입니다”

옥 목사의 표정은 밝았다. 가을 소풍을 앞둔 소년처럼 흥분된 표정이었다. 주님이 기뻐하는 일을 준비하는 종의 표정이었다.그에게서 미련 아쉬움 서운함의 흔적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모든 것을 포기함으로써 모든 것을 얻는 역설적 진리를 채득한 하나님의 종의 넉넉함을 느낄 수 있었다.그는 성직자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