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부활절특집]사흘을 기다리는 지혜-옥한흠 목사 |
 |
|
| 예수님의 부활은 믿는자에게 형언할 수 없는 감격과 기쁨을 안겨준다. 중환자실에서 이제 가망 없다
고 포기한 사람이 서서히 회복되는 것을 보면서 흥분하고 기뻐하지 않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하물
며 죄 없이 우리 대신 십자가에서 저주의 죽음을 당하신 주님이 살아나셨다는데 어찌 가슴 뛰지 않
겠는가.
이 감격은 단지 그가 살아나셨다는 데만 국한되지 않는다. 그 부활이 우리에게 가져다 주는 축복 또
한 엄청나기 때문이다. 예수 승리 내 승리(롬6:6~7), 예수 생명 내 생명(롬6:4), 예수 부활 내 부활
(롬6:8), 예수 영광 내 영광(롬8:17). 예수님이 다시 살아나신 것을 믿는자가 아니면 누가 감히 이
런 고백을 할 수 있겠는가. 그래서 가슴 벅차고 기쁜 것이다.
영국의 설교가 생스터의 글을 감명 깊게 읽은 일이 있다.
그는 고령에다 전신마비로 말도 제대로 못하고 자리에 누워있었다. 부활주일이 되어 그는 딸에게 이
렇게 말했다.
『사랑하는 딸아 오늘이 부활주일이구나. 부활절 아침에 일어나서 예수가 부
활하셨다고 큰 소리 한번 치고 싶었는데, 아무리 부르짖어도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기가 막힐
것 같았다. 그러나 딸아, 이보다 더 기 막히는 사실이 있단다. 그건 목소리가 있는데 「예수 부활하
셨다」며 소리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란다.』
우리가 예수님이 다시 사심을 믿고 부활하신 주님을 마음에 모시고 사는 사람들이라면, 정말 그렇다
면, 우리가 겪는 모든 문제들을 부활신앙과 부활소망으로 풀어나가야 마땅하다. 부활의 은혜와 감격
이 인생의 고통과 슬픔을 처리하는 마스터 키이」가 되지 않으면 안된다.
[리더스 다이제스트]에 소개된 꽃 파는 노파의 이야기다.
환하게 웃는 이 할머니의 얼굴은 주름투성이다. 그 웃음이 그러나 할머니의 기쁨을 말한다. 한 지나
가던 사람이 다가와 꽃 한송이를 집어 들며, 무의식중에 할머니를 향해 말했다.
『할머니, 오늘 아침 무척 행복해 보이시네요.』
『예, 행복하구 말구요. 만사형통한 걸요.』 할머니가 대답했다.
할머니가 걸치고 있는 옷은 허름하기 짝이 없었고, 외모도 갸냘팠다. 몸에는 허약기까지 돌았다. 그
런 할머니의 입에서 행복하다는 고백이 나왔다. 무엇이 만사형통하다는 것일까. 뜻밖이었다. 행인
이 다시 말했다.
『근심 걱정을 현명하게 잘 처리하시는 모양이군요.』
그러나 할머니가 밝힌 그 행복의 까닭은 이랬다.
『예수님이 십자가에 못박히시던 날은 온 세상이 가장 슬펐던 날이었습니다. 그런데 사흘 후 예수님
은 부활하셨어요. 그래서 나는 무슨 근심거리가 생기면 사흘을 기다려보는 지혜를 배웠습니다. 그렇
게 기다려 보면 신기하게도 모든 일이 제자리로 잘 풀리지요. 이 지혜가 나를 웃도록 만들고, 행복
을 줍니다.』
부활의 주님을 모시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함께 지닐만한 지혜다. 사흘을 기다리는 인내. 사흘 후에
밀려 올 새 생명의 환희를 기대하며 미리 웃을 줄 아는 지혜다.
빛보다 어둠이 큰 세상이다. 웃을 일보다 울 일이 많은 세상이다. 희망 가질 일보다 포기할 것 흔
한 세상이다. 탄생의 환희마저 처절한 주검들의 우울에 가려 고개 숙이는 세상이다. 일자리를 잃
고, 살터를 뺏기고, 가족과 헤어져 살아가는 이웃들, 그들과 한 시대를 살아가야 하는 참 힘겨운 세
상이다. 거기, 도무지 새 생명은 싹 트지 않을 듯한 박토에서, 나는 그리고 우리는 그리스도인으로
또 함께 존재한다. 그러나, 아니 그래서 우리는 인내한다. 사흘 후의 새 생명을 기다린다. 희망이
다. 이 희망이 우리를 들뜨게 만들고 세상을 밝힌다. 완전하고도 철저한 이 「대역전」의 소망, 우
리의 신앙이 거기 뿌리 뻗고 있다.
『여호와께서 이틀 후에 우리를 살리시며 제 삼일에 우리를 일으키시리니 우리가 그 앞에서 살리
라.』
-- 호세아서(6:2)의 기록이다 -- |
|
| 기독신문 / 1999.03.01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