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한흠목사님을 추모하며

사랑의교회 제자훈련 페스티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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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교회, 50대 지도자로는 희망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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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한흠 목사가 말하는 교회갱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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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신문

2003.11.10

옥한흠 목사가 말하는 교회갱신

"어느 시대나, 특히 선지자 시대를 보면 상황이 위기에 치달을수록 거짓 종들은 평화를 외쳤습니다. 평화가 무엇입니까? 긍정적인 사고방식이었습니다. 모든 것을 좋게 해석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많은 사람들로부터 인기를 누립니다. 그리고 분명히 보아야 할 문제점을 보지 못하도록 눈을 가리고 좋은 것만 자꾸 부각시켜서 확대하니까 사람들이 그걸 쳐다보고 자기는 아무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니 하나님의 심판이 눈앞에 와도 그것이 심판인지를 알아차리지 못하고 다 같이 망하는 것입니다."

교회개혁의 깃발을 높이 들고 이 교회 저 목사 문제점을 폭로하고 고발하고 남의 교회 앞에서 피켓시위를 하는 사람들의 얘기가 아니다. 한국의 대표적인 대형교회 사랑의교회 옥한흠 목사의 말이다. 그의 말을 더 들어보자.

"우리가 부정적인 사람이기 때문에 이 시대를 염려하는 것입니까? 하나님이 염려하신다고 믿기 때문에 염려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할 일이 없어서 한국교회를 걱정합니까? 솔직히 내가 걱정한다고 한국교회가 달라집니까? 내가 발로 뛴다고 교단이 달라집니까? 골치 아프게 뭐 하러 그럽니 까? 그러나 우리가 이와 같은 생각을 가질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습니다. 성령님의 탄식이 우리에게 전달되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조금만 눈을 뜨고 보면 어려운 시대입니다."

속이 다 후련해지는 것 같은 옥한흠 목사의 얘기를 듣노라면, 지금 교회개혁운동을 하는 사람들에게 적잖은 위로와 격려가 될 것도 같다.

위에서 인용한 글은 옥한흠 목사가 쓴 책 [소명자는 낙심하지 않는다](국제제자훈련원)에 나온다. [소명자…]는 옥한흠 목사가 96년 만들어 8년간 이끌어오고 있는 '교회갱신을 위한 목회자협의회'(교갱협)가 해마다 여는 영성수련회 때 했던 설교들을 모아서 만든 책이다.

거짓 선지자들의 병든 낙관주의 비판

옥한흠 목사가 '거짓 선지자가 퍼뜨리는 거짓 평화'를 '병든 낙관주의'라고 비판하고, 그런 현실에 대해 성령께서 탄식하신다고 말한 때는, 그가 몸담고 있는 예장합동 교단에서 금권 타락 선거가 기승을 부리고, 정치 바람 때문에 총신대가 바람 잘 날 없으며, 교회에 대한 사회적 이미지가 실추돼 교회 성장 곡선이 내리막길로 돌아선 96년이었다. 그의 첫 설교 '약한 데서 심히 큰 능력'에는 현실을 아파하고 개탄하는 옥 목사의 심정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그러나 그는 여기서 머물지 않고 희망을 얘기한다. 그는 '작은 자'와 '약한 자'를 강조했다. 루터도 그렇고, 바울도 그렇고, 크고 강한 자가 아니라 작고 약한 자라는 것이다. 교회갱신을 하려면 작은 자를 주목하는 하나님의 눈을 가져야 한다고 역설했다. 내가 먼저 작은 자인지를 묻고, 작은 자를 하나님의 눈을 갖고 주목하는가 물을 때, 하나님이 사용하시는 도구가 될 수 있다고 마무리했다.

목회자들을 대상으로 한 설교이기 때문에 리더십에 대한 얘기가 많다. "오늘날 교회는 손가락이 아픈 것도 아니고, 팔이 부러진 것도 아닙니다. 오늘날의 교회는 심장병을 앓고 있습니다" 하면서, 죽지 않으려면 체질 개선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도자의 의식을 바꿔야 한다는 말이다. 그는 느헤미야를 예로 들어서, 하나님이 원하시는 리더십을 가져야 한다고 했다. 이밖에, '성령을 사모해야 한다' '영적 권위를 회복해야 한다' '은혜의 자리로 나아가야 한다' '하나님만 바라봐야 한다' 등은 교회 지도자들이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자질이면서도 실제로는 심각하게 취약한 대목이다.

"'나는 살아 있는 작은 예수다. 너희들은 나를 봐라' 할 수 있겠나"

이 책을 읽는 기자의 심장을 뛰게 만드는 설교는 2001년에 한 '표준을 낮게 잡으면 망한다'와 2003년에 한 '스데반의 죽음'이다. 옥 목사는 표준을 절대로 낮추지 말라고 했다. 우리의 표준은 예수 그리스도. 아무리 힘들어도 표준을 낮추지 말자고 했다. 옥 목사 자신도 남은 생애, 눈을 크게 뜨고 밤낮 예수를 응시하면서 살기로 결심했다고 했다. '하나님은 우리를 있는 그대로 사랑하신다. 그러나 그대로 두시지는 않는다. 하나님은 우리가 예수처럼 되기를 원하신다'(맥스 루케이도), '우리들의 영적 생활에 있어서 커다란 도전이 하나 있는데, 그것은 우리 자신이 예수님과 같다고 주장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헨리 나우웬) 등을 인용하면서, 도전했다.

옥 목사는 스데반의 죽음을 보면서 '나도 예수를 위해서 일하다가 죽고 싶다' '나도 성령충만해서 죽고 싶다' '나도 주님의 영광을 보면서 죽고 싶다' '나도 예수님을 닮은 죽음을 맞이하고 싶다'고 했다. 죽을 각오를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오늘날의 목회 상황에서 목사 자신만 건강하고 기쁘고 평안하고 성공하고 명성을 얻는 길로 가서야 되겠냐고 질타했다.

이 책의 장점을 꼽자면, 현장감이 잘 느껴진다는 것이다. 영성수련회에 참석한 목회자들을 대상으로 한 설교이기 때문에 목회자 세계에 대한 통렬한 질타에는 절박감과 비장미가 느껴진다. 그러면서도 깔끔하게 다듬어진 문장들은 설교자가 하고자 하는 얘기들을 선명하게 드러내준다. 쉽게 쉽게 얘기 하는 스타일이 문장에서도 드러난다. 영성, 목회, 리더십에 관한 많은 책들에서 인용한 내용들을 적절하게 배치한 것도 주제를 강조하는데 효과를 준다. 옥 목사 개인의 솔직한 고백들도 설교의 진실성을 뒷받침한다. 이런 점에서 단순한 설교집이라고 하기에는 오늘날 한국교회 현실을 고민하는 목회자 뿐 아니라 일반신도들도 곱씹어야 할 내용들이 많다.

열정은 배우고 내용은 우리가 채워야

그러나 설교의 대상이 목회자이기 때문일까. 몇 가지 아쉬움이 있다. 하나는 현실에 대한 가슴 아픈 인식에 비해 그것을 극복하는 모습이 개인적인 결단과 각성에 머무르고 있다는 것이다. 한 사람 한 사람의 각성과 실천으로는 너무나도 역부족인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교갱협 영성수련회에 참석 한 이들이라도 함께 실천할 수 있는 방향과 내용이 제시되었으면 좋았겠다는 것이다.

또 예수를 닮자고 하였을 때 구체적으로 어떤 모습인지가 선명하지 않다. 인격을 언급하기는 하지만, 부족하다. 어떤 예수상을 전제하느냐에 따라 정작 실제 예수의 모습과는 다른 꼴을 좇기 십상이다. 아쉬움은 그가 그 설교에서 인용한 맥스 루케이도나 헨리 나우웬의 책을 읽으면서 풀어야 할 것 같다. 마찬가지로 '성령을 사모하라'는 설교에서도 구체성이 떨어진다. 특히 조용기 목사를 만나 대화하고 함께 기도한 대목이 나온다. 옥 목사가 조용기 목사의 성령관에 대해서 동의하거나 지지하는 대목이 드러나 있지는 않다. 그러나 전체적인 맥락을 볼 때 성령의 온전한 모습은 그려지지 않고, 그저 성령을 사모해야 한다는 열정만 담겨 있다.

한편의 설교에서 모든 것을 기대하는 것은 지나친 욕심일지 모르겠다. 한국교회의 수많은 지도자 중 한 사람으로서 그나마 비난과 손가락질의 대상이 기보다는 존경의 대상으로 더 많은 점수를 받고 있는 몇 안 되는 지도자로서의 고뇌와 사랑과 열정만은 듬뿍 받아들여야 할 것 같다. 그 열정을 무슨 내용으로 채울 것이냐 하는 것은 우리의 과제인 셈이다.

뉴스앤조이/ 2003.1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