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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회 연합운동의 방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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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교회 연합운동의 방향
2000년 4월 25일 한국교회 연합을 위한 세미나, 옥한흠 목사(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 대표회장)
새 천년을 앞두고 여러 해 전부터 한국 교회의 분위기가 일치 화합의 분위기로 가고 있다. 이는 한
국교회 문제의 핵이 어디에 있는지 모두가 공감하고 있다는 것으로 매우 고무적이다. 특히 KNCC의
한국교회 연합운동 추진특위의 활동은 역사적 새장을 열어가는 계기로 생각한다.
먼저 한국교회 분열에 대하여 우리는 하나님 앞에서 회개하여야 한다. 교회의 분열은 성령의 하나되
게 하시는 역사에 반하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과거 교회가 공동의 목표(적)를 가졌을 때 교회는 나
뉘지 않았다. 초창기 교회는 생존을 위해서라도 손을 잡아야 했다. 1907년 부흥의 힘에 힘입어 회
개, 기도, 그리고 선교에 있어서 하나되려고 노력하였다. 그러나 해방 이후 공동의 적이 없어졌을
때 교회는 분열되기 시작하였다. 6.25의 포성이 멈추고 교회의 성장과 더불어 분열이 가속화된 것
은 정말 가슴아픈 일이다. 하나님 앞에서 회개해야 할 일이다.물론 그 동안 연합운동의 노력이 없었
던 것은 아니다. 1956년 전국복음화운동, 1973년 빌리 그레함목사의 한국전도대회, 1984년 한국기독
교 100주년대회 등을 통하여 한국교회가 일치된 모습을 보여주고 사회를 향하여 하나된 목소리를 내
고자 하는 노력이었다.
내가 보기에 앞으로 분열을 고집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이제는 자의가 아닌 타의에 의해서라도
서로의 벽을 헐고 손을 잡지 않으면 안될 상황이다. 왜 그런가?
첫째는 시대적 도전이다.
한국교회의 이미지는 결코 긍정적이지 못하다. 사회가 교회를 보는 이미지는 생각보다 더욱 나쁘
다. 1998년 한국교회 미래를 준비하는 모임에서 한국갤럽에 의탁한 조사에서 한국교회를 보는 불신
자의 입장을 조사한 일이 있다. 아직 종교를 갖지 않은 20% 중에서, 앞으로 종교를 택하려면 어떤
종교를 택하겠느냐는 질문에 대하여 기독교를 택하겠다는 사람이 22.3% 밖에 되지 않는다. 이는 불
교 40.3%에 비하면 거의 절반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느냐? 한국교회의 이미지
가 보통 심각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1998년 한목협을 창립하면서 감리교신학대학교 이원규 박사가 한국갤럽조사 결과를 토대로 매우 충
격적인 강의를 한 적이 있는데, 기독교 사회학자로서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렸다. 지난 10여 년 동
안 교회에 등록했다가 나간 사람이 거의 1000만에 가깝다는 사실이다(실제 그렇지 않을 수도 있
다). 그러나 엄청난 숫자가 등록하고 현재 출석은 안하는 것이다.
왜 교회가 이렇게 되었는가? 교회의 이미지가 바람직한 방향으로 나가는 것이 아니라는 반증이다.
그 이유에 대하여 말할 필요가 없다. 이제 시대적 요구 때문에 한국교회는 더 이상 갈등과 분열을
지속할 수 없다. 존폐의 위기를 맞을 수도 있다. 이 사실을 우리 모두는 인정해야 한다.
둘째는 성장 침체, 둔화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있다.
한국교회의 성장이 평행선을 긋든지 아니면 하향 곡선을 긋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것은 한국교회가
위기를 맞고 있다는 또하나의 증표이다.
셋째는 평신도의 저항이 존재하고 있다.
무언의 저항이다. 그들에게는 교단, 교파 의식이 없다. 우리 교회 신자들 10명 중 9명은 교단의식
이 없다. 교파의식에 세뇌된 구세대는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급격히 쇠퇴하고 있다. 이같은 의식에
사로잡혀 있는 세대는 지금까지 한국교회 교단을 유지하는 명맥일수도 있는데, 이제는 힘을 쓰지 못
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제 40대 이후 세대를 교파의식으로 세뇌할 수는 없다고 본다. 그들의 강한
저항과 비판에 대하여 심각한 고민을 해야 한다. 이것을 지도자들이 마음대로 조직하고 나눌 수 없
다. 40대 이하의 교회지도자는 직, 간접적으로 초교파적 선교단체의 영향을 받았다. 이들은 교단의
식 교파의식에 대하여 부정적이다. 이점을 직시해야 한다.
넷째는 우리가 북한교회 재건을 목전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어떤 대교회나 교단이 해야할 일이 아니라 모두 힘을 합쳐야 되는 일이다. 따라서 이같은 것
들 때문에라도 분열의 구도는 극복되어야 한다.
현실적으로 연합이라는 것이 참으로 어렵다. 말만 무성하지 실천에 옮긴 것은 한기총이나 KNCC 외
는, 실천에 옮긴 것이 없다. 어떻게 보면 거꾸로 속 들여다보이는 헤게모니 싸움의 양상 마저 지금
띠고 있다. 따라서 지금 제도권의 통합 혹은 연합은 아직은 무리이다. 물론 우리는 가능성을 점쳐
야 하겠지만, 제가 볼 때 아직은 무리가 아닌가 생각된다. 조직이라는 것은 한번 만들어지면 순기능
과 역기능이 있는데, 조직이 건강하면 순기능이 우세하지만 건강하지 못할 때 파괴적인 역기능이 앞
선다. 한국교회 교파 혹은 교단 조직은 지금 파괴적인 역기능에 의해서 중병을 앓고 있다. 역기능이
란, 자기 조직을 강화하고자 하는데 모든 힘을 기울이는 것으로 지역주의, 교권주의, 집단이기주의
부정부패 등이 이에 동참한다. 요즘 젊은 목사들 흔히 “교단, 교파”는 필요악이라고 공공연히 말
하고 있다. 필요악이라는 말을 붙이는 이유가 무엇일까? 역기능이 교단의 생명을 조여매고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역기능이 강하게 작용할 수록 제도권의 연합은 어려워진다. 설혹 연합체를 만들어도 그것에
역기능이 또 일어나 감투싸움하고 더 심한 분열과 갈등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우리가 염두
에 둘 필요가 있다.
또,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은 미국의 경우처럼 조직의 역기능이 앞서는 경우 교회는 필히 쇠퇴하게
될 것이다. 아마 우리 나라도 10년 정도면 많은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교인, 특히 의식 있
는 교인 중심으로 이탈이 생겨나게 되면, 교회내에서 이변이 일어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각 교단
들이 혼자 버틸 수 없게 되면 연합으로 탈출구를 삼게 될 것이다. 미국의 남북장로교회 연합의 경
우 겉으로 볼 때 아주 좋아 보이지만 사실은 혼자서 버틸 수 없기 때문에 탈출구로 연합의 방법을
선택한 것이다. 이런 상황이 얼마든지 우리에게도 일어나게 되어있다.
제도적인 통합이라는 것은 현실이 변하게 되면 살아남기 위해서라도 필연적으로 이루어지게 될 것이
다. 그러므로 너무 인위적으로 통합을 추진하는 것은 반대한다. 그러면 연합을 위하여 지향해야 할
목표는 무엇인가? 교회는 성경에 근거한 공통의 목표를 가지고 있다. 본인은 에큐메니칼 운동의 초
기 목표에 전적으로 동감한다. 이는 매우 성경적인 것이다. 하나의 교회, 세상의 교회, 평신도의 교
회, 개혁하는 교회는 성경의 교회관이다. 여기에 근거해서 우리는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하여 쉬지
말고 경주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 부족한 사람이지만 몇 가지 제안하고자 한다.
1. 위기의식을 갖자.
우리는 21세기 무서운 골리앗을 앞에 두고 있다. 도덕적으로 영적으로 얼마나 무서운 도전을 받고
있는가? 위기의식이 어제의 적을 오늘의 친구로 만들어 줄 것이다. 서로의 담을 헐 수 있는 동기부
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함께 일어서는 힘이 될 것이다.
2. 갱신을 통해 신뢰회복에 먼저 힘쓰자.
연합하기 전에 자기 소속 교단의 갱신을 우선 과제로 삼아야 한다. 교단이 먼저 갱신되지 않고서는
건강한 연합을 기대하기 어렵다. 어떤 면에서는 하나님의 비상 개입이 없는 한 제도권의 교회는 스
스로의 힘으로 교권주의, 독선 등을 극복할 수 없다고 본다. 스스로 갱신할 수 있는 힘을 우리 스스
로 가지고 있느냐는 것은 의문이다.
그래서 우리가 스스로 갱신하지 못하면 역사를 통해서 배우게 된다. 하나님은 제도권 밖에서 일을
하신다. 그런 일이 일어날지도 모른다. 아무리 우리가 연합을 소리쳐도 자꾸 높아지려는 야망을 가
진 사람을 우리가 어떻게 하는가? 거짓말하는 사람들을 우리가 어떻게 하는가? 그들이 모여서 하는
일은 불신만 가중하게 된다. 천국을 건설한다고 해도 누가 믿는가? '저 사람들 또 무슨 꿍꿍이를 가
지고 저러나?' 당장 그런 생각을 하게 된다. 바로 이것이 오늘날 한국교회 지도자들이 풍기는 인상
이다.
연합운동을 하자면 우리가 먼저 우리 자신, 교단교파의 갱신을 앞세워야 한다. 얼마 전 돌아가신 한
경직 목사님에 대하여 충격적인 기억이 있다. 한 목사님 템플턴상 시상식에 제가 있었는데 충격적
인 고백을 하셨다. 인사말씀 하시면서 ‘먼저 저는 죄인임을 고백합니다. 저는 신사참배를 했습니
다.’ 얼마나 충격이었는지 모른다. 신사참배를 했다는 사실이 충격이 아니었다. 이 자리에서 그가
자신을 그렇게 참회한다는 용기, 그것에 제가 얼마나 충격을 받았는지 모른다. 바로 이와 같은 뼈
를 깎는 자기 갱신, 이것이 연합운동의 기초가 된다. 그가 최근에 한 말 중에 '우리 남한산성에 찾
아온 새들은 금년에도 작년처럼 지저귀는데, 사람들은 그렇지 않다. 말을 자꾸 바꾼다 말이야.' 누
구보고 하는 말인가? 목회자들이 서로 신뢰할 수 없을 때 연합운동은 뻔한 것이다. 서울대 나학진
교수의 말을 본인은 가슴깊이 간직하고 있다. 과거 교회연합운동은 교회갱신을 근거하여 일치를 향
했지만, 오늘의 개혁은 상실한 채 일치만 떠들고 있다. 귀담아 들어야 할 중요한 교훈이다.
3. 대화를 통한 분위기 조성부터 하자.
한목협을 만들어 놓고 13, 14개 교단의 목회자들을 모아 놓고 보니까 대화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어
떤 조직, 어떤 결성을 하는 것보다도 대화의 분위기를 먼저 만들자는 말씀이다.
4. 일치를 통한 연합사역을 힘쓰자.
아마 기구적으로 연합을 추구하는 것은 한기총이나 KNCC가 가장 좋은 위치에 있다. 앞으로 좋은 방
향으로 이끌어 주실 것으로 믿는다.
본인은 조금 각도를 달리해서 우리가 잘 아는 다양성의 일치가 있지 않습니까? 그러면 일치가 무엇
입니까? 본인은 일치라는 말을 어떤 기구적 연합으로 보지 않는다. 성경에 근거한 공동의 관심사를
찾아서 함께 노력하는 것이 일치라고 본다. 이것은 비전을 제시하는 것이다. 교파를 떠나서 교단을
떠나서 모든 사람이 공감할 수 있는 비전을 제시하는 것이 일치라고 생각한다.
한국교회는 비전 제시가 필요하다. 이 비전에 모든 사람이 한마음으로 묶여서 결속할 때, 소위 연합
적인 일들이 필요하다고 본다. 1925년 스톡홀름에서 기독교인의 사역과 생명대회 때 구호가 ‘교리
는 우리를 갈라놓지만 봉사는 우리를 하나되게 한다’였다. 우리가 대사회를 향한 봉사, 모든 교단
과 교파를 뛰어넘어 일치할 수 있는 연합사역이다. 교회 이미지 갱신을 위한 회개운동, 갱신운동,
이것도 연합을 위한 일치를 끌어낼 수 있는 주제라 생각한다. 개인구원, 사회구원을 위한 선교도 똑
같은 비전을 우리들에게 제시해 줄 수 있다. 인터넷 시대 도전에 응전하기 위한 힘과 기술의 결집
도 하나의 좋은 비전으로서 한국교회 연합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일치점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모든 교회가 일치할 수 있는 비전을 제시함으로써 서로가 힘을 합하고, 연합사업이 점점 힘
을 얻고 더 나아가 기구적으로도 하나될 수 있는 아름다운 자리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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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갱협 웹진/ 2000.04.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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