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사회를 선도하는 기독교의 리더십 교체 |
 |
|
| 지난 2000년 9월 한 일간지에 ‘도쿄대 교수들, 정년연장 반대’라는 기사가 게재됐다. 내용인즉슨
몇몇 도쿄대 교수들이 “정년연장은 대학의 활력을 떨어뜨리고 젊은이의 등용을 방해한다”면서
“젊은 후진을 위해 자리를 넘겨줘야 한다”고 60세에서 65세로 정년을 연장하는 것에 반대한다는
것이었다. 이 기사를 읽으면서 아무리 작은 것이라도 자신이 갖고 있는 기득권을 내놓기는 누구에게
나 쉽지 않을텐데 역시 최고 대학의 교수진답다라고 여기면서 내심 앞선 사고의 석학들을 보유한 나
라가 부러웠었다.
그러나 최근 한국에서도 목회자들의 이와 같은 미담을 연속 전해지고 있다. 지난 2월 예수전도단의
홍성건 목사가 “50세를 일기로 물러나겠다”던 생각을 실행해 문희곤목사에게 한국예수전도단 대표
직을 전격 위임한데 이어 사랑의교회 옥한흠 목사가 정년을 5년 앞둔 지난 5월 은퇴할 것을 발표했
다. 뒤이어 약속이나 한 듯이 기독교 진보운동에 앞장서온 명동 향린교회 담임 홍근수 목사도 조기
은퇴할 것을 발표, 지난 6월 은퇴했다.
이들 조기은퇴를 자청한 목사들은 하나같이 “오래전부터 은퇴시기를 다짐(?)해 왔다”고 입을 모으
면서 “후진양성과 교회를 위해 은퇴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교회가 더욱 건강해지기 위해서는 리더십교체가 필요하고, 교회보다는 목사수가 더 많은 실정에
서 목사들의 인력이 원활히 순환되기 위해선 조기은퇴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는 조기은퇴 목사들
의 사고는 확실히 남달랐다.
특히 홍근수목사는 “원로목사로서 시어머니 같이 후임목사가 하는 일에 개입해 간섭하는 일은 백해
무익하다”며 원로목사가 되는 것까지 거절, 평신도로서 ‘새길교회’에 출석할 뜻을 비춰 신선한
충격을 던져줬다.
최고 권좌(?)에 앉았던 목사들의 조기은퇴 소식은 ‘앞선 교회, 세상과 다른 교회’의 모습을 보여
주는 귀감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리더십 교체과정에 있어서는 미흡한 점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오는 8월 리더십을 교체하는 국제오엠선교회의 리더십 이양의 과정을 보면서 한국교회가 배울 바가
적지 않음을 느끼게 된다.
1957년에 설립해 85개국 3000여명의 선교사를 보유하고 있는 세계최고의 선교단체 중 하나인 오엠선
교회는 그동안 초대 총재요 설립자였던 죠지 버워선교사가 이끌어왔다. 그러나 이번에 총재자리가
피터 메이든 선교사에게 이양되게 된다. 이 과정에서 특이할 점을 ‘선발위원회’의 구성이다. 대부
분 전격적으로 은퇴가 결정 되고 교단선교부에서 후원교회 목회자들이 실제적 인선과 표결권을 행사
하거나, 전임자가 지목하는데 따라 리더십이 교체되는 한국 실정과 달리, 오엠국제 선교회는 3년전
부터 지도자 교체를 위한 선발위원회를 구성, 전세계적으로 후보군을 선정해 심사를 했다. 위원회
구성원들은 모두 장기선교사들로 현지에서 일하는 선교사들이 직접 자신들이 섬길 대표를 선출했
다. 3년여의 검증기간을 거쳤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지도력 교체를 위해 3년 전부터 논의한 뒤,
여러 후보를 놓고 검증해 나갔으며 또 2년 전부터는 유력한 총재후보가 각종 경험을 쌓고 평가를 받
을 수 있는 기회를 마련했다.
분명한 업무인수 인계도 특기할 만하다. 죠지 버워 총재는 앞으로 스페셜 프로젝트라는 신설부서책
임자를 맡아 계속 사역하게 된다. 그러나 그는 동원과 중요한 프로젝트를 위한 모금 활동을 맡지
만, 그동안 총재로서 행사해왔던 리더십 가운데 20가지 부분은 일체 관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
러나 리더십교체과정 중 무엇보다도 놀라운 사실은 현장경험이 없는 행정 전문선교사가 선교단체 대
표가 된 것이다. 물론 간접 경험을 쌓아왔다지만, 신임총재도 그렇고 또 차기 부총재로 선임될 선교
사도 행정사역을 중심으로 일해왔던 사람을 선출했다는 것은 모험적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장경험 부족은 앞으로 보완이 필요한 부분이다. 그러나 행정 선교사가 총재도 될 수 있는 것은 그
만큼 전략 선교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도 있다. 행정사역을 하는 선교사일 경우, 당장 후원비
가 끊기는 한국정서로 생각할 때 오엠의 이번 리더십교체는 놀랄만한 일이다. 물론 죠지 버워 총재
와 피터 메이든 신임총재는 어떠한 혈연이나 지연관계를 갖고 있지 않다. 신임총재의 행정력이 현
재 장기선교 위주로 변화하려는 오엠선교회의 행정체계를 세우는 데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기 때문
에 모두 그를 선택한 것이다. 한국 교계가 리더십교체에 있어 진보적인 한발을 내디딘 지금, 보다
리더십교체 과정을 탄탄히 한다면 “교회가 사회를 선도한다”는 교회의 옛 위상을 되찾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
|
| 크리스챤신문/ 2003.07.21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