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한흠목사님을 추모하며

[백화종 칼럼] 리더십에 관한 어느 교회 얘기

국민일보

2003.09.22

사랑의교회, '기도의 불' 붙었다

뉴스파워

2003.09.07

교회승계 새 모델 제시 사랑의교회 옥한흠-오정현 목사

동아일보

2003.09.05

작은교회 중심 성장 필요

문화일보

2003.09.02

‘조기은퇴’ 옥한흠 목사 마지막 설교

기독신문

2003.09.01

[백화종 칼럼] 리더십에 관한 어느 교회 얘기

우리 역사에서 가장 위대한 지도자 한 명을 국민투표로 뽑는다면 세종대왕이 최고 득표를 할 게 틀 림없다. 한글 창제,실용적인 과학 기술의 개발과 보급,국가 제도의 정비,외침을 막기 위한 쓰시마 정벌과 육진 개척 등 초등학교에서 배워 아는 그의 치적을 여기서 일일이 되풀이 설명할 필요는 없 을 것이다. 그는 이 땅에 나라가 세워진 이래 지금까지 최고의 국태민안과 문예부흥을 이룩한 성군 으로 칭송받기에 부족함이 없다. 세종대왕이 이처럼 한 임금이 한 것으로 보기 힘든 치적을 남길 수 있었던 것은 무엇보다도 많은 인재를 발굴하여 적재적소에 활용하는 자질,즉 지도자로서 가장 중 요한 용인술이 뛰어났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황희 맹사성 김종서 정인지 신숙주 성삼문 박연 장영 실 등 기라성 같은 역사적 인물들이 모두 그의 시대 사람이다. 세종대왕의 이 같은 불후의 치적 뒤에는 자신의 리더십에 못지않은 아버지 태종의 공이 있었음을 간 과해선 안 된다. 태종은 아버지 태조와 불화하고 형제들끼리 살생하는 등 왕위에 오르기까지 악업 을 적지 않이 쌓았으나,등극한 뒤에는 힘을 바탕으로 나라의 기틀을 다져 나갔다. 그는 스스로 성군 이 되기보다는 아들이 성군이 될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기 위해 필요하다면 악역도 마다하지 않았 다. 그는 그렇게 개간 밭을 일구어 옥토로 만든 뒤 아직도 힘이 넘치는 나이에 왕위를 아들에게 넘 기고,뒤에서 후계자의 병풍 역할을 했다. 태종은 이로써 권력 이양에 따른 리더십 공백을 막고,자신 의 통치 이념을 다음 대에 접목시킬 수 있었다. 대통령의 리더십을 놓고 말이 많다. 리더십의 실종으로 나라가 어지럽다고 야단들이다. 반론도 없 지 않으나 각 분야에서 갈등과 분열이 심화되는 대신 국민 통합을 위한 리더십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게 사실이다. 이처럼 리더십이 국가적 어젠다로까지 떠오른 시점에 기자는 매우 흥미 있고 의미 있는 실험 하나 를 지켜보고 있다. 정치판이 아니라 교회에서 진행되고 있는 실험이다. 교회의 일을 세상의 통념과 잣대로 보고 재단한다는 게 가당치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배운 게 도둑질’이라는 속언처럼 기 자가 평생 지켜본 게 정치판밖에 없어서인지 교회의 일도 자꾸만 정치판에 빗대어 보게 된다. 서울 강남의 한 교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혁명’에 관한 얘기다. 창립 25년 만에 신도 4만명으로 성장시킨 이 교회의 담임 목사는 최근 젊고 유능한 목사에게 담임직을 위임했다. 그는 65세로 정년 을 아직도 5년이나 남겨두고 있다. 교세는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고,목사 자신도 교계의 정상급 지도 자로 자리잡는 등 모든 게 절정기에 있다. 그는 바로 이 절정기에 다른 할 일이 있다며 자신의 자리 를 젊은 후계자에게 넘겨 준 것이다. 담임 목사가 설교를 하느냐 여부에 따라 그 주일의 출석 신도 수가 달라지는 게 우리 교회의 현실이 다. 담임 목사 교체 과정에서 교회가 분열하는 것도 보기 힘든 일은 아니다. 이 교회에서도 리더십 교체와 관련하여 혼란을 우려하는 소리가 없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건 전적으로 기우였다. 지금까지는 혁명적 리더십 교체가 매우 성공적으로 이뤄지고 있 다. 주일 출석 신도가 많이 늘고 특히 새벽기도회 출석 신도는 교회가 다 수용하기 힘들 만큼 폭발 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새 담임 목사가 세종대왕처럼 능력 있는 지도자여서 신도들의 영적 부흥과 한국 교회 갱신에 획기적 으로 이바지할 것으로 기대하지만 그 결과는 물론 더 지켜봐야 한다. 다만 태종이 그랬듯이 전임자 는 후임자가 그리할 수 있도록 (악업을 쌓지는 않았으나)개간 밭을 일궈 옥토로 만들어 준 것으로 보인다. 자신의 절정기에 후계자를 세움으로써 신도들의 사랑과 존경심을 바탕으로 후계자의 병풍 역할을 하는 것까지를 포함하여. 나 아니면 안 된다며 집권을 연장하다가 불행한 최후를 맞은 대통령들이 있었다. 또 모든 대통령은 약속이나 한 듯 집권하면서 당을 만들었다가 퇴임하면서 간판을 내렸다. 그들이 진작 이 교회의 리 더십 교체를 볼 수 있었더라면 자신들이 얼마나 부질없는 짓을 했는지 깨달을 수 있었을 것을. 그리 고 버림으로써 자신의 리더십이 더 강해지며 조직은 더 젊어지고 생명도 더 길어진다는 원리를 터득 할 수 있었을 것을.

국민일보/ 2003.09.22